사도브닉(Alan Sadovnik)은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의 여섯 가지 특징과 함께 교육 연구 동향을 제시한 바 있다(Sadovnik, 1995: 311-312). 첫째, 포스트모더니즘은 리오타르(Lyotard, 1984)가 주장한 바처럼 거대담론(metanarratives)을 거부한다. 거시적인 접근을 취한 근대 사회이론은 세계를 설명하는 단일한 체계의 구축을 목표로 했다. 마르크스주의의 선형적 역사발전 설명이나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이 당면한 딜레마 상황을 해결할 것이라는 계몽적 낙관을 포스트모더니즘은 불신한다. 대신 포스트모더니즘은 구체적인 상황맥락에서 출현하는 개별적인 조건들을 이해하는 것을 추구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이런 특징은 해석적 접근과도 유사하다. 둘째, 포스트모더니즘은 근대 이론이 기초한 이분법적 대립 구조를 거부한다. 근대 이론은 이론과 실천, 이성과 비이성(감성), 관념주의와 물질주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등 이향대립의 사유 체계를 발전시켰다. 포스트모더니즘 이론가들은 서로 대립적인 양자를 연결시키는 변증법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이런 시도가 포스트모더니즘의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이론과 실천의 연결은 존듀이의 경험 철학의 중요한 요소이며, 변증법적 사유는 마르크스주의의 핵심방법이기도 하다. 셋째, 포스트모더니즘은 권위주의와 전체주의에 민주주의적으로 대항할 것을 강조한다. 이는 일체의 거대담론을 거부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첫 번째 특징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민주주의적인 대응을 강조하는 점 역시 포스트모더니즘의 고유한 특징은 아니다. 일례로 교육과 민주주의의 긴밀한 관계를 주장했던 존 듀이는 근대이론가였다. 넷째, 포스트모더니즘은 근대이론이 유럽 중심 세계관, 가부장주의를 반영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근대이론이 인종 문제나 여성주의 관점을 등한시한 점을 포스트모더니즘은 통렬히 비판한다. 유색 인종이나 여성, 나아가 사회적 소수자들이 교육적으로 차별당하고 배제되어 온 점을 비판하며, 이에 대항하는 새로운 실천을 모색하는 이론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대두와 긴밀하다. 다섯째, 포스트모더니즘 이론가들은 모든 사회적, 정치적 담론은 권력과 지배 구조와 밀접하다고 믿는다. 이 점 또한 포스트모더니즘 이론가들의 독창적인 관점은 아니다. 기능이론, 갈등이론, 해석적 접근 모두 권력과 지배구조에 대하여 논의한다. 띠라서 포스트모더니즘이 근대성의 부정과 해체에 그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에서 근대성이 추구한 이상을 재구성하고자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여섯째, 포스트모더니즘은 차이, 즉 서로 다른 것 사이의 대화를 강조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거대담론보다는 지식의 개별적이고 국지적인 맥락을 강조하는데, 그 결과로 얻어진 차이에 대한 확인은 다름을 이해하는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것은 교육에서 특히 중요한데, 교사와 학생이 서로 다른 위치에서 비롯되는 차이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며 학교 안에서 상호 이해와 존중을 성취하는 대화 시도를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근대성 비판 혹은 성찰적 근대화 논의는 인간 중심의 개발이나 환경 문제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현대 사회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과학적 합리성으로 무장한 근대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자 중심으로 행세한 결과 오늘날 우리는 기후 위기와 환경 재앙으로 인해 인류는 물론 지구 자체의 지속가능성을 걱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근대성에 기초한 인간성, 즉 자율적이고 자기주도적이며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인간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믿음에 균열이 생겨난 것이다. 새로운 사회이론은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비판하며 타자와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인간, 탈-인간 중심 세계관(post-humanism)을 지향한다. 물질세계와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새로운 사회이론의 이런 인식은 교육의 실천과 사유에 특히 중요하다. 유엔의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실현하는 데에 교육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우리는 이 장의 서두에 교육학의 기본적인 질문으로 제시했던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갱신하는 질문이 필요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타자와의 관계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삶의 어디에서 교육은 발견되는가?' '그 교육은, 그리고 학습은 어떻게 통제되고 관리되는가?' '교육은 사람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직하고 형성하는가?' '통제되지 않는 주체적 학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교육과 주체적 학습은 한 사회의 문화, 환경, 역사에 어떤 효과를 미치는가?' 거대한 전환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교육에 대하여 새롭게 말할 수 있는 질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답해야 한다.
새로운 질문의 제기와 답변 과정에서 교육과 학습을 그리고 나아가 사회를 거시적 관점에서 구조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단정하거나, 미시적 관점에서 행위자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간다고 주장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교육과 학습을 올바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으려면 거시적 관점과 아울러 미시적 관점을 동시에 견지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존 이론과 지식, 가치관을 비판적으로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누구나 확실하다고 믿고 있는 것에 의문을 던지고 새롭게 생각하는 정신이 중요하다. 연구자는 모름지기 역사를 만들어가는 자연의 조건과 사회 구조의 힘,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의 의지와 결단의 중요성을 모두 존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비판적 안목을 견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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