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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회학(27). 경쟁하는 이론들_교육에 대한 해석적 접근, 새로운 이론을 향하여-6-

나기log 2022. 6. 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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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생활은 내부의 교사, 교장, 학생들에 의하여 영위되지만 그들은 학교 외부의 학부모, 교육관료, 정치인, 경제인 등의 영향을 직접, 간접으로 받으면서 행동하는 것임을 킹은 역설한다. 

 콜린스(Collins, 1977)도 베버의 사회이론을 계승한 사람으로, 교육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여러 집단 간의 각축장이므로, 각 집단의 요구, 집단 간 관계 및 사회역사적 맥락을 파악함으로써만 교육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1977). 역사적으로 교육은 스스로의 목적을 실현하려는 다양한 집단에 의하여 지배되고 이용되어 왔는데, 크게 보면 세 개의 집단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1) 교육을 통하여 직업기술훈련을 실시하고 인력을 공급함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집단(기업가, 자본가 등), (2) 인문지향적인 교육을 통하여 교양과 이눔을 함양하는 데 역점을 두고자 하는 상류계층 관련집단(학자, 종교인, 양반, 귀족 등, (3) 정치권력을 확보하고 국가관료기구에 대한 지배를 추구하며 국민들에 대한 정치적 지배를 위하여 교육을 이용하려는 집단 (정당을 포함한 각종 정치권력 집단). 이들 집단 가운데 누가 교육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교육의 성격은 달라지고, 자연히 교사와 학생의 행위에도 변화가 온다.

 베버의 이론에 근거하여 교육제도의 사회적 기원과 발전과정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아처(Margaret Archer, 1984; 김기석, 1999: 45-53 참조)도 콜린스와 기본적으로 같은 관점을 가지고 출발한다. 그녀는 주요 유럽 국가의 교육제도는 각 나라의 다양한 집단 간의 갈등, 경쟁, 타협 등을 통하여 형성되고 변천하였다고 지적한다. 아처는 교육제도는 한 사회의 구조적 조건이 사회구성원들 간의 상호작용에 작용하고, 구성원들의 행위가 구조를 변화 또는 변형시켜 새로운 구조적 조건을 조성한다고 설명한다. 이들 간의 순환적 관계는 사회가 존재하는 한 계속된다고 그녀는 설명한다. 교육제도의 사회적 기원과 변화과정에 관한 연구가 국내에도 축적되고 있다(김기석 외, 1996: dndydwp dhlk, 1998).

 

 4, 새로운 이론을 향하여

 넓게 볼 때 기능주의적 접근, 갈등론적 접근, 해석적 접근은 근대 합리주의 사상에 기초하고 있다. 산업사회의 출현과 맥락을 공유하는 근대 합리주의 사상은 산업화를 일으킨 과학기술 혁명을 가능하게 한 사유의 기초이자 산업화 과정에서 벌어진 사회현상을 이해하는 도구이기도 했다. 근대 과학의 탄생을 불러온 합리주의 사상은 자연 세계의 질서를 법칙과 원리로 파악하는 과학적 방법의 원천이었다. 자연현상과 사회현상의 본질과 작동 법칙에 정초하여 세계의 발전 방향을 예측하고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인식론적 토대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거대한 전환 속에 탄생한 근대학문의 배경이었다. 사회학도 예외가 아니다. 앞서 살핀 대로 기능이론이나 갈등이론과 같이 거시적 접근을 취한 사회 이론은 인간관계와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 데에 자연과학과 동일한 방법을 적용하였다. 미시적인 해석적 접근은 원리나 법칙의 발견보다는 인간 행위의 이해를 도모했다는 점에서 거시적 접근과 차이가 있지만, 인간을 합리성에 근거해 행위하는 주체로 보았다는 점에서 근대 합리주의 사상의 법주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20세기 중반 이후 근대 합리주의 사상에 기초한 학문 담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탈근대주의 또는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이 사회과학의 이론을 주도하는 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낱말 자체로는 '모더니즘 이후'를 뜻한다. 이때 모더니즘은 예쑬 사조의 하나인 모더니즘이 아니라, 의미상 근대성(modernity)에 더 가깝다. 근대성은 서구의 계몽주의 시대에 일어난 산업혁명, 프랑스혁명, 과학혁명으로 대표되는 정치, 경제 사회 변화의 특질을 지칭한다. 중세 봉건사회로부터 근대 산업사회로의 전환은 대량 생산과 시장 유통이라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발흥과 대중 민주주의에 기초한 국민국가의 형성과 궤를 함꼐한다. 근대성은 합리적 이성에 기초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사회가 진보할 것이며, 공정, 자유, 정의로 대표되는 계몽주의의 이상이 실현될 것이라는 믿음에 기초해 있다(Giddens, 1998).

 라캉(Jacque Lacan), 데리다(Jacques Derrida), 리오타르(Jean-Francois Lyotard), 푸코(Michel Foucault),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등 주로 프랑스의 철학자, 역사학자, 사회이론가들에 의해 20세기 중반 이후 발전한 포스트모더니즘은 근대성에 기초한 인식론과 근대 사회이론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되었다. 근대 사회이론이 약속했던 공정하고 자유로우며 정의로운 사회의 실현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출발점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따라서 근대성에 대한 부정과 반박, 해체로 근대성 이후의 새로운 사유를 시도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철학사적으로는 후기구조주의(post-structuralism)로 불리기도 하는데, 거대담론과 결정론적 사유의 포기와 불확정성에 기초한 다원주의와 탈중심적 사유를 특징으로 한다. 그렇지만 근대성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비판하면서도 근대성 자체를 부정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근대성이 추구해 온 이상을 20세기의 변화된 산업구조와 정치 환경의 속에서 새롭게 실현하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들 가운데 합리주의와 계몽사상에 기초한 근대성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희망을 가지고 완성시켜야 할 과제라고 주장하는 하버마스(Habemas, 1985)도 있다. 근대성의 부정과 해체가 아니라 그것을 재구성하고 실현하는 새로운 방안을 찾으려는 것이다. 이 학자들에게 지금은 근대성 이후(post-modernity) 시대가 아니라 근대성이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하는 시대이다. 다만 이 근대성은 이전의 전통적 근대성(classical modernity)과는 구분되는 것이다. 이를 기든스(Giddens, 1991)는 후기 근대성(late modernity)으로, 바우만(Bauman, 2000)은 액체 근대성(liquid modernity)으로, 벡(Beck, 1986)은 두 번째 근대성(second modernity)으로 개념화한다. 즉, 우리 시대는 근대성이 지나간 시대가 아니라 새로운 의미의 근대화가 일어나는 시대이다. 기든스와 벡은 이를 성찰적 근대화(reflexive modernization)라고 부른다.

 근대 사회이론이 근대 산업사회로의 전환과정을 배경으로 한다면,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새로운 근대서의 작동은 근대 산업사회로부터 산업사회 이후의 사회로의 전환을 배경으로 한다. 후기산업사회(Bell, 1976), 네트워크 사회(Castells, 2004), 위험사회(Beck, 1986) 등으로 불리는 근대 산업사회 이후 새로운 사회로의 변화는 글로벌자본주의, 지식정보화,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 등 다양한 힘들이 작용하며 21세기에도 계속 진행 중이다. 이런 의미에서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성찰적 근대화에 기초한 새로운 사회이론은 여전히 형성중이라 할 수 있다. 교육 실천과 교육에 관한 이론 작업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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