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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회학(16). 경쟁하는 이론들_갈등론적 교육이론-2-

나기log 2022. 6. 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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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크스 사회이론의 핵심은 이른바 역사적 유물론(hitorical materialism)이다. 어느 사회나 물리적 생활수단을 생산하는 관계, 즉 생산관계를 형성해야만 한다. 이는 사회존립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생산관계는 생산수단의 소유는 물론 생산물의 분배방식과 관련이 있으며, 이것들은 총체적으로 사회의 경제적 구조를 규정한다. 시대에 따라 생산수단은 달라도 생산수단의 소유관계에 따라 계급관계가 형성된다. 그리고 사회의 경제적 구조에 상응하는 사회제도와 이데올로기가 만들어진다. 즉, 한 사회는 생산 및 생산관계로 이루어지는 '하부구조'와, 제도와 관념으로 이루어지는 '상부구조'간의 사호의존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Comforth, 1962: 27-29). 그러므로 물질적 생활수단을 생산하는 생산양식에 의해 인간의 생활양식이 규정된다. 인간존재의 성격 자체도 물질적 조건에 의해 결정된다. 인간은 그들의 의지와는 관계가 없는 물질적 계약, 전제, 조건 아래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이 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인간이 자신의 생활수단을 생산하는 양식은 무엇보다도 기존의 생활수단과 또한 재생산해야 하는 생활수단의 성질에 달려 있다. 이러한 생산양식은 단순히 개인들의 육체적 생존의 재생산이란 측면에서만 고찰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것은 이러한 개인들의 일정한 활동방식이고, 자신의 삶을 표현하는 일정한 방법이며, 일정한 생활양식이다. 개인들은 각자 자신의 삶을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존재한다. 따라서 그들이 어떤 존재인가 하는 것은 그들의 생산과, 다시 말해서 그들이 무엇(was)을 생산하는가, 그리고 어떻게(wie) 생산하는가와 일치한다. 그러므로 개인이 어떤 존재인가 하는 것은 자신의 생산에 부여된 물질적 조건에 달려 있다(Marx & Engels, 1932: 53-54).

 

 '하부구조' 또는 '토대'와 '상부구조'의 관계는 마르크스 사회이론에서 핵심을 이루는 주제이면서도 논쟁이 끊이지 않는 쟁점이다. 하부구조는 경제적 구조를 말하고, 상부구조는 정치, 종교, 문화, 교육 등에 관련된 제도와 그 운영 및 가치관, 관념, 이념 등을 말한다. 단순화시켜 말하면 물질 대 정신이다. 마르크스는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고 보았다. 흔히, 이것을 '경제적 결정론' 또는 간단히 '결정론'이라 부른다. 하부구조의 성격이 상부구조의 성격을 결정하고, 하부구조가 변화하면 상부구조도 변화한다는 것이다. 결국 물질적 경제구조가 제도뿐만 아니라 관념과 의식까지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관리할 수 없으며, 개인의 '자유의지'란 '의지'라고 부르는 것뿐이지, 참된 의미의 개인의 주체적 의지는 없는 셈이 된다.

 마르크느는 '자본론' 서문에서 "자본주의적 생산의 자연법칙"이라는 표현을 통해 개개의 인간을 자신의 의지로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현상처럼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로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그의 사회이론은 자연과학적 법칙을 사회연구에 적용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뉴턴이 물리학에서, 다윈이 생물학에서 그랬던 것처럼 마르크스는 사회학에서 '자연의 법칙'을 찾았다. 과연 인간도 다른 동물이나 식물과 마찬가지로 의지가 없는 수동적 존재일 뿐인가? 상부구조는 하부구조에 의하여 완벽하게 '결정'되는가? 이 문제를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이어졌다. 교조주의적인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결정론을 역설한다. 그러나 20세기 유럽의 새로운 마르크스 이론가들, 예컨대 밀리반드(Ralph Miliband)와 그람시(Antonio Gramsci)는 마르크스 자신은 그렇게 경직된 결정론을 주장한 바 없으며, 상부구조에 어느 정도의 자유로운 공간을 인정하였다고 반박한다. '상대적 자율(relative autonomy)'이론으로 불리는 마르크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어느 것이 진짜 마르크스주의인가'라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마르크스는 그의 역사발전 단계론에서 자본주의는 붕괴되고, 과도기적 사회주의 단계를 거쳐 공산주의 사회로 간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단계 진전은 역사발전의 필연적 전개라고 강조하였다. 공산주의 사회는 사유재산제도를 극복하여 모든 생산수단을 공유하고, 생산물도 공유하며, 따라서 계급이 없으므로 소외도 없는 사회라고 서술하였다. 이것은 생산수단의 사유화로 소수의 유산계급인 부르주아가 무산계급인 프롤레타리아를 지배하고 수탈하는 자본주의 사회와는 극적으로 대조된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절대다수의 구성원인 노동자와 농민들이 소외계급으로,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므로 지식인과 의식화된 노동자들은 자본주의를 벗어나 공산주의 사회로 나아가는 혁명 대열에 앞장서야 한다고 그는 역설한다. 여기에서 그의 이론은 국외자의 객관적 설명이 아니라 사회의 모순을 뜯어고치기 위한 적극적 실천의 논리임이 분명해진다. 마르크스는 포이어바흐의 유물론을 관념론적이라 비판하면서, 다음과 같이 언명한다.

 

 인간의 사유가 객관적 진리를 포착할 수 있는지 여부의 문제는 결코 이론적인 문제가 아니라 실천적인 문제이다. 인간은 실천을 통해 진리를, 즉 그의 사유의 현실성과 위력 및 현세성(Diesseitigkeit)을 증명해야만 한다. 사유가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 하는 문제를 놓고 벌이는ㅡ이 사유가 실천으로부터 유리되어 있다면ㅡ 논쟁은 순전히 공리공론적인(scholastische) 것에 불과하다(Marx & Engels, 19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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