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사회학(14). 경쟁하는 이론들_기능주의 교육이론-5-

   4) 기능이론의 계승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뒤르켐과 파슨스가 발전시킨 기능주의적 교육사회학 전통은 여러 사람들에 의하여 계승된다. 드리븐(Dreeben, 1967)은 산업사회에서 요청되는 규범을 미국의 학교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가르치는가를 보여주었다. 그에 의하면 미국의 학교는 산업사회에서 중요한 규범인 독립성, 성취지향성, 보편성과 특정성을 가르치는데, 가정교육을 통해서는 가르치기 어려운 것을 학교는 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학교는 산업사회의 존속을 위한 규범교육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호퍼(Hopper, 1981)는 학교가 사회적 선발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무리 없이 수행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그에 의하면 나라마다 교육선발제도는 조금씩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으나, 그것은 각국의 경제적, 정치적 특성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영국의 종합고등학교의 기능을 분석한 하그리브스(Hargreaves, 1982)는 뒤르켐이 금세기 초 프랑스의 학교에 대하여 했던 설명이 영국 학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뒤르켐 당시의 프랑스 사회가 학교에 대하여 요청했던 것은 공동체의식과 사회적 연대(social solidarity)의 강화였으며, 그것은 20세기 영국에도 마찬가지로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학교는 19세기 말에도 그랬던 것처럼 '자아실현', '개인의 성장' 등을 내세우며 개인주의를 가르치고 있는데, 그 결과 개인주의가 발호하고 무규범상태(anomie)가 만연되었다. 그러므로 학교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하여 지역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교육을 수행할 새로운 책임을 사회로부터 부여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종합고등학교는 바로 이러한 교육을 담당하기 위하여 필요하게 되었고, 또한 그런 교육을 제대로 실시할 수 있도록 교육 전반에 개혁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Hargreaves, 1982: 제4장). 따라서 학교는 공동체의식 함양에 도움이 되는 여러 교육활동을 수행하지만, 그 가운데에 '수학여행'이나 '학교캠핑'도 여행 그 자체보다도 공동생활을 통한 연대의식의 함양이라는 점에서 대단한 교육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중시되어야 한다. 그러한 공동생활 경험은 가족여행으로도 도저히 체험할 수 없는 귀중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공동체의식과 사회적 연대의 강화는 한 사회가 해체되거나 약화되지 않고, 강한 결속을 유지하면서 존속하는 데 필수적인 요건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교육은 바로 이 기능, 즉 사회의 결속과 존속을 위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의 기능이론은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전반에 걸쳐 그 세력이 급속히 약해진다. 말할 필요도 없이 갈등이론이 약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기능이론은 다시 떠오른다. 여기에는 신기능주의(neo-functionalism)를 자처하고 나선 제프리 알렉산더(Alexander, 1987)의 공헌이 크다. 신기능주의는 교육현상의 설명을 여러 면에서 시도하는데,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학교교육 팽창의 원인을 밝히려는 노력이 주목할 만하다(Morrow & Torres, 1995: 79-113 참조). 서로 관련되어 있지만 두 가지 설명이 거론되는데, 하나는 생태학적 세계체제이론(ecological world system theory)의 관점에서 교육팽창을 국제경쟁 증대에 대한 각 사회의 적응과정으로 해석한다. 다른 하나는 구조적 분화론의 관점에서 교육팽창을 초등교육에서부터 대학교육, 그리고 그 이후의 교육에 이르기까지 연속적 분화의 결과로 설명한다. 신기능주의의 이러한 설명방식은 세계화시대의 교육현상 설명에 유용하다.

 1990년대에 들어서서는 시장의 경쟁원리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많은 나라의 정책을 주도한다.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되고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역사적 환경의 영향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의 확대는 기능주의 교육이론을 가오하시킨다. 그에 따라 많은 나라에서 경쟁촉진을 통한 학생들의 학업성취 향상정책을 추진하고, 교육의 선발 기능을 강화한다(Torres & Antikainen, 2003). 그러나 2008년 후반기에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금융시장이 위기에 직면하여 전 세계를 불안의 늪으로 빠뜨리는 재난이 일어나면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론이 힘을 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