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사회학(13). 경쟁하는 이론들_기능주의 교육이론-4-

 파슨스는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의 선발과정을 비교적 자세히 묘사하였다. 그가 보기에 미국의 학교교육은 성취지향을 가장 가치 있게 여겨서 학생 개개인을 성적을 중시하고 성적을 기준으로 선발을 해 나간다. 그러나 초등학교와 중등학교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초등학교는 성적의 '크기'만을 따지나 중등학교는 성적의 '크기와 함께 '질'을 따진다. 성적은 두 가지 내용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인지적'학습(cognitive learning)으로 지식과 기술 등의 학습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도덕적' 학습(moral learning)으로 교사에 대한 존경심, 급우들과의 협동, 질서 지키기 등의 학습을 의미한다. 그러나 초등학교에서는 이들 두 학습내용이 나뉘지 않고 하나의 전체로 다루어진다. 그리하여 '우수한 학생'은 인지적 학습과 도덕적 학습에서 모두 우수한 학생을 의미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지적 우수성과 도덕적 우수성을 동일시하여 이를 하나의 척도로 재어 성적을 낸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행동평가도 높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등학교에서는 성적이 '질적으로' 분화된다. 파슨스에 의하면 중등학교는 학생을 대학교육을 받기에 적합한 사람인가 아닌가로 나눈다. 대학진학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은 중등학교를 마치고 사회에 나가 담당할 직업의 종류에 따라 분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의 선발 기능은 중등학교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특히, 대학진학이 높은 사회적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길이 되기 때문에, 대학진학에 적합한 사람과 아닌 사람의 선별은 모든 사람의 관심이 되고 경쟁도 매우 치열하다. 이 경쟁은 우수한 인재를 선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즉, 중등학교의 계열분류와 대학입시제도는 사회적 선발을 위한 장치인 셈이다. 학교가 이러한 사회적 선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사회와 학교가 성취지향이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 산업사회의 성취지향 가치관을 학교가 받아들인 결과라고 파슨스는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기회에서의 접근(access to educational opportunity)이 공정하면, 성취수준의 차이에 따라 학력수준이 달라지고, 학력수준에 따라 사회적 지위의 수준이 달라지므로 교육선발은 공정하다는 것이다. 파슨스가 보기에 산업사회의 학교는 이러한 기능을 무리 없이 수행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신념을 다음과 같이 명백히 밝히고 있다.

 

 한 세기 이상에 걸친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문화적 향상(cultural upgrading)과정에 발맞추어 교육제도는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내가 보기에 이것은 사회의 구조적 분화(structural differentiation) 경향이 가져온 전형적인 결과이다. 학교는 말하자면 전문기관이 된 것이다. 학교가 사회화의 기관과 아울러 선발의 주요 통로로 정착된 것은 끊임없이 분화하고 향상하는 사회에 있어서는 당연한 귀결이다. 이제 '자수성가'의 전설은 점점 더 들어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이 정규교육을 받지 않고도 순전히 '피나는 노력'만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는 일은 오늘날에도 없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극히 드물어졌다(Parsons. 1959:317).

 

 파슨스의 이러한 주장은 학교에서의 선바로가정이 실제로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예컨대, Morrow & Torres, 1995: 60-62; Parelius & Prelius, 1978:11). 수많은 연구 및 조사 자료들이 상급학교 진학에 학생의 능력과 함께 가정배경이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소득이 높고 직업지위가 높은 사람의 자녀들이 대학 강의실의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가정배경이 낮은 아동들보다 높은 아동들이 학교 성적도 높게 받고 있음을 최근의 여러 경험적 자료들은 제시하고 있다. 유럽의 9개 국가에 대한 분석결과는 상류계급 자녀들의 대학 진학률이 여전히 뚜렷하게 높음을 보여준다(Halsey, 1997: 643-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