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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회학(5). 교육사회학의 발달_미국과 유럽에서의 발전-2-

나기log 2022. 5. 2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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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학교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 확대

  앞에서 이론지향적 교육사회학, 즉 학교를 중심으로 한 교육현상을 사회과학적으로 연구하여 이론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유럽과 미국에서 1950년대부터 대두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의 첫 출발은 훨씬 오래 전에 이루어졌다. 이미 19세기 말에 프랑스의 한 위대한 교육사회학자가 씨를 뿌려 놓았다. 다만 뿌려놓은 씨앗이 제대로 피어나지 못하고 명맥만 유지해오다가 20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초기의 교육사회학

 이론지향적 교육사회학의 기초를 놓은 사람은 뒤르켐(Emile Durkheim)이다. 사회학의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 몇 사람 가운데 하나인 뒤르켐은 대학교수 생활을 교육학 담당교수로 시작하였다. 1887년에 대학교수로 처음 부임한 보르도(Bordeaux)대학에서 담당한 과목은 교육학과 사회학이었다. 이후로 그는 사회학에 관한 연구와 아울러 교육학에 관한 연구와 강의를 계속 병행하였다. 뒤르켐은 교육에 관한 전문가의 활동을 세 가지로 구분하는 것이 편리하다고 생각하였다. 즉, ①교육에 관한 과학적 연구, ②교육의 실제적 방법을 위한 교수학(pedagogy), ③교육의 실천적 활동으로 나누어 보자고 제안하였다(Durkheim, 1922). 이 가운데 두 번째의 교수학은 교육실천과 교육에 관한 과학적 이론을 연결하는 일종의 실천이론이다. 다시 말하면 실제적 교육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지시하는 '교육방법의 원리'의 체계이다. 이 점에서 보면 뒤르켐에 있어서 교육학은 둘로 나눌 수 있어서, 하나는 다른 사회과학, 예컨대 정치학, 경제학처럼 교육현상을 기술하고 설명하는 사회과학지향의 교육학과, 다른 하나는 교육실천을 위한 구체적 지침을 제공하는 실천지향의 교육학이 따로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실천지향의 교육학은 비교적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보았다. 그러나 사회과학지향의 교육학은 당시로서 아직 형성되지 못한 수준에 있으며, 앞으로 발전시켜야 할 학문영역이라고 주장하였다. 학문지향적 교육학, 더 구체적으로 사회과학으로서의 교육학에 관심을 가졌던 뒤르켐은 교육을 사회적 사실(social fact)로 인식하고, 사회구조의 한 부분으로서의 교육의 사회적 기능을 밝히는 것이 교육학 연구의 핵심이라고 보았다(Durkheim, 1922). 그에게 있어서 교육은 "한 사회가 자체의 존재조건을 의도적으로 재창조하는 수단"이며, 그 핵심은 "새로운 세대의 체계적 사회화"이었다. 그러므로 교육의 목적은 사회체계를 개인에게 내면화시키는 데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교육학, 좁게는 교육사회학의 연구영역은 다음과 같은 것을 포함해야 할 것으로 보았다.

 ① 교육에 관한 사회적 사실들과 그것들의 사회적 기능을 밝히는 일

 ② 교육과 사회 및 문화 변화 간의 관계를 밝히는 일

 ③ 교육체계의 여러 유형을 비교문화적 및 비교학적으로 연구하는 일

 ④ 살아 있는 사회체계로서의 학급과 학교를 탐구하는 일

 

 그러나 뒤르켐의 교육에 대한 학문적 관심은 제대로 전수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 분야는 오랫동안 발전을 하지 못하고 묻혀있었다. 뒤르켐처럼 교육을 사회학적으로 연구하려는 사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극소수에 부로가하였다. 그 가운데 엔젤(Robert C. Angell)과 월러(Willard Waller)가 다소의 공헌을 하였다. 엔젤은 실천지향적 교육사회학이 지배하던 1920년대에 교육사회학자들이 교육의 과정에 관한 연구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교육사회학은 순수 사회과학(science of sociology)의 한 영역"이라고 내세웠다(Angell, 1928).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당시로서는 소수의견일 뿐이었다. 월러는 교육을 사회학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주장에 그치지 않고, 1932년에 「학습지도의 사회학(The Sociology of Teaching)」이 분야의 연구에 노력을 기울인 사람이다. 이 저서는 학교의 구조와 문화를 분석한 고전으로 대접받고 있다.

 

     2차대전 이후

 이론지향적 교육사회학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부터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때까지는 교육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왔으나 차츰 사회학자들의 수가 늘어갔다. 이들 가운데는 뒤르켐이 그러했듯이 사회학과와 교육학과의 강의를 함께 담당하거나 겸임하는 교수도 많았다. 교육에 대한 사회학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의 경우를 브루코버(Wilbur B. Brookover)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전에는 교육연구에 대한 학계의 인정도가 낮았기 때문에 사회학자들의 관심이 적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교육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증대되어 연구비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개인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 교육은 사회를 연구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영역으로 성장한 것이다(Brookover & Erickson, 1975; 10-11). 

 영국의 경우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에는 교육에 관한 연구가 실천적 측면에만 치우쳐 있어서 사회학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Banks, 1976; 7-8). 영국에서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교육사회학을 키워온 사람으로는 핼시(Albert H. Halsey)와 플로드(Jean Floud)를 들 수 있따(Taylor, 1966: 179-213 참조). 만하임(Karl Mannheim)이 좀 더 오래 생존하였더라면 영국의 교육사회학은 더 일찍 꽃피웠을지 모른다. 현대의 위대한 사회학자의 한 사람인 만하임은 1940년대 London School of Economics의 사회학 교수로 있으면서 런던대학교 교육대학(University of London, Institute of Education)에서 강의를 하였으며, 1946년에는 이 대학의 교육과장으로 부임하였다. 그러나 이듬해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교육사회학에 그가 공헌할 가능성이 매우 컸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그의 교육사회학에 관한 구상의 일부는 사후에 출판된 저서에서 볼 수 있다(Mannheim&Stewart, 1962). 여하튼 이론지향적 교육사회학은 1950년대 이후로 큰 발전을 보였다. 강좌를 설치하는 대학이 늘고 석사과정과 박사과정도 개설한다. 이 분야가 발전하면서 연구경향도 드러나기 시작한다. 브루코버가 미국의 연구동향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1970년대 중반까지 미국 교육사회학의 연구경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Brookover&Erickson, 1975: 11-13). 

 첫째는 2차대전 직후의 경향으로, 주로 학생의 학업성취와 태도형성에 미치는 가족, 이웃, 사회의 영향을 규명하는 연구에 집중되었다. 사회심리학적 접근을 통하여 학생의 자아개념, 가치관, 세계관의 형성과정을 설명하는 연구도 많이 나왔다. 두 번째 경향은 1950년대와 1960년대 초에 걸쳐 각광을 받은, 교육의 사회적 기능을 밝히는 연구들이었다. 발전교육론, 즉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교육의 기능을 전체적으로 또는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발전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연구가 성황을 이루었다. 세 번째 경향은 1960년대에 걸쳐서 활발했던 사회조직체로서의 학교에 관한 연구이다. 학교 내의 인간관계, 역할, 사회적 풍토, 학교문화에 관하여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학교 관료체제의 성격을 밝히는 연구들도 이루어졌다. 브루코버가 관찰한 미국 교육사회학의 이러한 동향은 일반사회학의 연구동향과 대체로 일치하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사회학지향적 교육사회학이 사회학의 한 하위영역임을 확인시켜 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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