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로 과거처럼 외국의 이론을 해설하고 소개하는 것에서 벗어나 한국의 교육문제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연구경향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한국의 교육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대교육이 싹트기 시작한 조선왕조말의 개화기, 서양 교육 제도가 도입되고 민족의 교육전통이 말살되는 일제 강점기 , 해방 직후부터 정부 수립까지의 미군정 시기 등에 대한 연구가 긴요해짐에 따라, 이 시기에 대한 연구관심이 한층 고조되었다. 사회사적 접근을 강화한 교육사회학 연구자들의 '역사적 현실'에 대한 연구는 한국의 교육학 연구 활동을 한결 풍부하게 만들었다. 1980년대 교육사회학 연구의 활성화는 교육학 전반에 사회학적 접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한국 사회의 지적 풍토가 사회과학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았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지만, 한국 교육의 현재와 과거를 사회과학적으로 이해하려는 욕구가 어느 때보다도 강했다. 전공분야가 어디에 속하든지 간에 교육학과 학생뿐만 아니라 사범대학의 다른 학과 학생들도 교육사회학적 주제에 관하여 많이 읽고,ㅏ 토론을 벌이는 것이 하나의 경향이 되었다.
교육사회학 논의의 관점은 1990년대 이후 더욱 다양해진다. 여기에는 1980년대에서 1990년대로 넘어오는 시기에, 국내에서 군사정권 퇴진과 아울러 국제적으로 동서 유럽을 가로막고 있던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소련의 와해가 끼친 영향이 크다. 국내적으로는 군사통치의 종식으로 사회적, 학문적 활동에 자유의 공간이 확대되어 과거와 같은 편파적 이념의 장벽을 뛰어 넘을 수 있게 되었고, 국제적으로는 동독과 소련의 사회주의체제 와해와 나아가 중국의 자본주의 시장원리 도입으로 이념적 양분구조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학문적 논의에 있어서 이념적 한계나 이념적 대결구도가 약화되어 매우 다양한 관점이 자유롭게 표출되었다. 문제의식도 다양해진다. 탈근대주의, 세계화, 정보화 등을 교육과 연결시켜 논의하는 논문이 많이 발표된다(예컨대, 고형일,이두휴, 2013; 김경희, 1996; 김기홍, 1999; 신현석,주영효, 2013; 한숭희, 1998). 1990년대 이후의 또 한 가지 특징은 교육개혁에 관한 활발한 논의이다. 교육개혁의 열풍은 전 세계적으로 1980년대부터 불었지만 국내에서는 1990년대에 와서 본격적인 개혁 작업으로 구체화되었다. 특히, 김영삼 정부 시기에 「교육개혁위원회」가 1995년 5월부터 1997년 5월 사이에 발표한 일련의 교육개혁방안은 교육제도의 성격을 전면적으로 혁신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많은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대학입시제도의 개혁과 학교의 자율화와 경쟁원리의 도입은 세계적인 교육개혁에 관한 논쟁과 맞물려 적지 않은 토론을 촉발시켰다(노상우,1999; 손준종,1996; 심성보,1999; 이규환,1996).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교육개혁은 가속화된다. 김대중 정부 그리고 노무현 정부도 1995년에 발표한 교육개혁위원회의 소위 「5·31교육개혁방안」의 주요 내용을 수용하고, 추진한다. 그에 따라 교육제도와 정책의 변화에 대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집단 간에 논쟁이 확대되고, 갈등양상까지 나타나, 급기야 주요 교육정책이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교육개혁정책은 2000년대에도 계속하여 논쟁거리가 된다. 특히, 여러 나라에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강화됨에 따라 그에 대한 찬반양론이 일어나고, 연구자들도 새로운 정책의 당위성 또는 부당성과 교육적 결과에 관한 논문들을 많이 발표한다(예컨대 강창동, 2022; 김천기·김양자, 2003; 박부권, 2008; 서걷희, 2006; 신재영, 2005; 오욱환, 2008). 2010년대에 들어서는 정치권의 보수·진보 논쟁이 교육정책에도 영향을 미쳐 교육담론이 더욱 정치화하는 현상이 뚜렷해진다. 특히 교육감 직선제 도입 등 교육자치제도가 본격화하면서 보수와 진보 간의 대립이 대학입시, 고교평준화, 교육과정과 교과서 등 교육정책 전반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전개되고, 이와 관련한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편, 교육사회학이 교육학의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학교연구에 치중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름이 없었다. 평생교육에 관한 사회학적 연구들이 없지는 않지만 대다수 교육사회학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학교에 쏠려있다. 그러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학교 외 교육에 관한 연구가 늘었으며, 평생교육에 관한 논의도 증가하고 있다(권인탁, 2004; 김경희, 1998; 오욱환, 2007; 정유성, 1998; 한숭희, 2004). 평생교육과 아울러 평생학습에 대한 교육사회학의 관심도 확대될 전망이다. 전체적으로 교육사회학 연구는 그 범위가 크게 확대되었다. 김경근(2012)교수가 1990~2010년 사이에 한국교육사회학의 학술지 「교육사회학연구」에 게재된 461편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교육에 관한 거의 모든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각 논문이 다루고 있는 내용을 분석하여 주제별 빈도를 계산한 결과는 젠더에 관한 논문편수가 가장 많고, 교육사회학 이론적 논의에 관한 논문이 두 번째로 많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초중등교육제도와 고등교육문제에 관한 논문이 순위를 이었고, 학교효과와 교육격차에 관한 연구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젠더문제로서 여성주의 관점의 논문들은 이후로도 뚜렷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고, 다양한 연구가 발표되었다(예컨대, 김안나, 2007; 김정숙, 2007; 손흥숙, 2004; 심미옥, 2012; 안재희 외, 2008; 임선희·전혜영, 2004; 이혜정, 2012; 이혜정·박미희, 2020; 정민승, 2004). 한국 사회의 성불평등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감에 따라, 교육의 여러 면에 침투되어 있는 성불평등 현상을 드러내는 연구와 양성평등을 위한 교육방안을 제시하는 연구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와서 빠르게 증가하는 또 하나의 연구주제가 결혼이주민 가정과 그 자녀들의 교육이다. 취업을 위한 외국인의 한국 이주가 크게 늘고 한국인과 결혼하는 외국 여성의 결혼이민이 급속하게 증가함에 따라 제기되는 것이 다문화가정의 교육문제이다. 이에 관한 연구가 최근에 많이 발표되었다(예컨대 강창동, 2010; 김정원, 2006; 박철희, 2007; 서덕희, 2015; 서덕희·테레사 편, 2017; 오성배, 2006; 이경희, 2011; 이민경, 2013; 장은영·이정아, 2018; 정민승·조지연, 2012; 조혜영 외, 2008; 황규호,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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