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경제적 정치적 세속화가 일어나기 전, 다시 말해서 백성들에게 주권과 자유가 허용되지 않았을 때에는 그들은 '어린' 사람들이라고 표현되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어 반포하면서 말했던 "어린 백성들이..."의 의 그 "어린"이다. 어리석고 판단력이 모자라는 그런 백성들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모두 종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교와와 시혜와 통치의 대상이지 결고 스스로 신앙생활과 경제활동과 정치적 의사결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자란' 사람들이 아니었다. 근대 역사는 이 '어린' 상태의 사람들이 스스로 '어리지 않은, 자란 사람들'임을 자각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투쟁해 온 과정이라 할 것이다.
그러면 교육은 왜 여전히 어린 백성의 시대에 머물러 있는가? 그것은 교육의 주 대상이 그야말로 아동기의 어린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어린 세대가 일관된 교육의 대상이었으며, 따라서 그들에게 결정권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교육은 곧 교육의 시행자에게 결정권이 있고 그 대상자는 수동적 입장에 서는 것만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이미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아동교육(pedagogy)시대를 벗어나 성인교육(andragogy)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이것은 매우 새로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성인학습자의 증가는 교육대상이 아동 중심에서 벗어나 성인까지 포함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성인학습자의 확대는 교육의 본질적 성격에도 변화르 가져오게 되었다. 아동학습자와 달리 성인학습자는 이미 많은 경험과 지식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성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교육을 스스로 선택하여 받는 경우가 많다. 각종 교양강좌와 대학의 평생교육이 그렇고 학원수강이 그렇다. 학습자가 스스로 선택하여 자신에게 필요한 교육을 받는 것이다. 취학의 의무가 있고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에 수동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아동학습자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제 우리는 학습자가 교육기관에 적응하여야 하는 학교 중심 교육 시대로부터 벗어나 다양한 교육기관이 학습자에 적응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평생교육은 교육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내포하고 있다. 일방적인 교육자 중심에서 벗어나 교육자와 학습자가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상호 적응하는 것이 그것이다. 학습자의 위치가 학교교육시대에 비하여 높아지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모든 형태의 평생교육이 학습자가 실질적으로 교육의 주체가 되는 참여적 민중교육(participatory popular education)처럼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학교교육과는 다른 모습으로 발전하는 것만은 분명하다(김신일, 1988). 교육의 주도권에 있어서의 변화만이 아니고 아에서 이미 지적한 대로 교육의 내용에 있어서도 학교교육과는 다른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교육의 목표도 학교교육이 미래의 삶을 준비하는 것에 치중한다면 평생교육은 삶 자체의 성숙과 완성을 도모한다(강대중, 2013). 교육의 이러한 변화는 완전한 민주화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인류 역사의 한 단면이다. 종교적 민주화를 위한 혁명(종교개혁). 경제적 민주화를 위한 혁멍(경제혁명), 정치적 민주화를 위한 혁명(시민혁명)에 이어서 계속되고 있는 교육의 민주화는 또 하나의 혁명이다. 어쩌면 조용히 때로는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 혁명을 '학습혁명'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직업적으로 가르치는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을 포함해 우리 모두는 학습자이다. 학습자가 교육에 있어서 수동적이 대상이 아닌 능동적인 주인이 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의 민주화라 할 것이고, 그것은 만인의 학습권 실현을 위한 학습혁명을 통해서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제도에는 새로운 의식이 필요하다. 제도와 의식은 변증법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 새로운 의식이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강화하며 또 새로운 제도가 새로운 의식을 형성하고 강화한다. 그러므로 평생교육제도의 실현은 새로운 교육관에 의하여 가능하다. 즉, 교육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학교와 교육을 동일시하는 학교 본위 교육관에서 벗어나고 교육은 국가가 지배하여야 한다는 국가주의 교육관에서도 탈피해야 한다. 교육제도의 본질적 기능은 사람들의 학습을 강요하거나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누구나 자신의 필요와 능력에 따라 학습하는 것을 조장하고 지원하는 것이라는 새로운 신념이 필요하다. 요컨대, 학습권 사상에 토대를 둔 민주적 열린 교육에 대한 의지가 필요하다.
이러한 새로운 교육의식은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행정가와 정치가 그리고 누구보다도 교육자들에게 함양되어야 한다. 교육자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학교교육이 오랫동안 국가주의적 국민교육 장치로 기능해왔기 때문에 다수의 교사와 시민들이 전통적 교육관에 젖어있고 학교 중심 제도에서 벗어나는 교육개혁에 부정적이기 쉽다. 그러나 시대는 변화하고 있다. 역사가 바뀌고 있다. 누구도 이 변화의 밖에 서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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