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언제나 사회성을 띠고 있고, 또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회과학적 탐구대상이 되어왔다. 교육데 대한 사회학적 탐구, 즉 교육사회학 연구에는 두 가지 조류가 오랫동안 병존해 왔다. 하나는 사회학의 지식을 교육실천에 응용하려는 실천지향적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교육현상에 대한 사회과학적 탐구를 통하여 사회과학의 지식과 이론을 넓혀 가려는 이론지향적 연구이다. 전자는 교육실천에 응용하기 위한 사회학적 지식체계로서, 대체로 교수방법지향적 교육학자들이 발전시켜 왔으며 흔히 영어로 '교육적 사회학(Educational Sociology)'으로 불린다. 후자는 교육현상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사회학의 지식체계로, 주로 사회학자들이 중심 역할을 해 왔으며 '교육의 사회학(Sociology of Education)'으로 불린다. 미국과 유럽 학계에서의 이러한 발전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양자의 명칭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 '교육사회학'으로 부른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이 두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은 대부분 교육학자들로, 사회학자는 많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는 두 조류의 구분이 덜 분명하다. 실천지향적 교육사회학과 이론지향적 교육사회학은 교육학에서 시대에 따라 그 강약이 부침해 왔다. 초기에는 실천지향성이 지배적이다가 다음에는 이론지향성이 강세를 나타냈으며, 최근에는 교육학의 학문적 체계 속에서 두 개의 지향성을 통합적으로 수용하려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학이 사회과학의 한 학문분야로서 새로운 학문적 체계를 구축하게 되면 교육사회학의 학문적 성격은 아마도 새롭게 규정될 것이다.
1) '교육사회학'의 출발
우리나라 교육사회학은 다른 학문분야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유럽의 영향속에서 전개되었다. 우리의 현대 교육제도는 유럽에서 200여년 전에 형성된 학교 중심 공교육제도가 일제강점기에 이식된 것이다. 해방된 뒤에도 남한은 주로 미국의, 북한은 주로 소련의 영향을 받으면서 교육제도가 형성·발전해 왔기 때문에, 연구경향도 그쪽의 영향을 직접·간접으로 받아왔다. 남한의 경우만을 말한다면, 해방 이후 미군정기(1945-1948)에 미국 교육제도의 도입이 여러모로 시도되었다. 그러나 일제 식민지교육의 잔재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식 제도를 도입하였으므로, 한국의 교육은 미국 교육의 영향을 매우 강하게 받았으면서도 식민지교육의 잔재가 뒤섞여 있다. 무엇보다도 다른 학문분야와 마찬가지로 교육학자들의 해외 유학과 연구가 미국에 편중되었기 때문에, 학문 전반이 미국 학문의 영향하에 놓이게 되어 학문적 편향성이 높다. 특히 영어가 학문 세계의 지배적인 언어가 되면서 그 편향성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한국의 교육사회학은 미국과 그리고 부분적으로 유럽 교육학의 영향을 받아, 그쪽의 연구동향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한국의 연국동향에 강하게 반영되었다. 한국이 학문적 편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 특히 고급 연구인력과 학자를 양성하는 대학원 교육을 강화하고 학문연구의 하부 구조를 발전시켜 학문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학문의 자립능력과 주체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 '교육사회학'강좌가 처음으로 개설된 것은 1952년 9월이다. 한국전쟁으로 부산에 피난 내려가 있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 선택과목의 하나로 개설되었다. 담당자는 진원중교수였다. 다른 강좌에 비하여 '교육사회학'의 개설이 늦었던 것인데, 그 이유는 일제강점기 중에 교육사회학 강좌가 없었으므로 관심도 적었고 가르칠 교수도 양성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학을 비롯한 사회과학의 발달은 시민사회의 등장과 때를 같이 하는데,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지배하는 식민지 한반도에서 사회과학에 관한 연구가 허용될 리가 없었다. 사회과학을 통하여 개발되는 비관적 안목을 식민지 지배자들이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식민지 지배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독재자와 전제주의자들은 사회과학을 증오하고 억압한다. 권좌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는 국민의 사회과학적 비판의식이야말로 무엇보다도 무섭고 강력한 적이기 때문이다.
교육사회학이 대학강좌로 등장하자 그에 대한 관심은 빠른 속도로 높아졌다. 선택과목으로 시작한 지 2년이 지난 1954년에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의 모든 학생이 수강해야 하는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었고, 1955년에는 교육공무원자격검정령세칙(문교부령 제39호)의 규정에 의하여 중등학교 교사자격 취득을 위한 교직과정의 한 과목으로 포함되었다. 뿐만 아니라 현직교사들의 연수를 위한 각종 강습회에도 필수과목으로 포함되기 시작하였다(진원중, 1969: 47). 그리하여 10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교육사회학은 많은 대학에 뿌리를 내리고 연구자를 양성하게 되었다. '교육사회학'을 강의하는 교수의 수도 늘고 책도 출판되기 시작하였다. 「교육사회학」 제목을 단 대학교재가 1961년에 번역서를 포함하여 세 권이 출판되었고 (김선호, 「교육사회학:한국사회와 교육」; 황종건, 「교육사회학:지역사회와 학교」; Ottaway, 김종철 역, 「교육사회학개론」), 이듬해에는 두 권이 더 출판되었다(이규환, 「교육사회학원론: 사회집단과 교육」; 진원중 「교육사회학원론: 전근대적 및 근대적 사회와 교육」). '교육사회학'을 강의하고 연구하는 사람이 늘게 되자 1963년 3월에는 최초로 교육사회학 세미나가 개최된다. 그 이후 수시로 관련 학자들이 모여 논문발표와 토론을 계속하다가 1967년 4월 17일에 한국교육학회 내에 문과학회로 「교육사회학연구회」를 창설한다. 초대회장으로 진원중교수, 운영위원으로 이규원, 황종건, 김선호, 김종서, 박용헌 교수 등이 선출되었다. 「교육사회학연구회」는 이후 「한국교육사회학회」로 확대발전하고, 학회지 「교육사회학연구소」도 출판하여 2021년에 제31권에 이르렀다.
교육사회학을 교육학자들이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었지만, 유럽과 미국과는 달리 한국의 사회학자들은 교육에 관한 연구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한국사회학회의 「한국사회학 45년」(1990)에 수록된, 1964년 창간호부터 1988년까지의 학회논문집 게재논문을 제목으로 분석해본 결과, 수백 편의 논문 가운데 교육에 관한 것은 몇 편 되지 않았으며, 그것도 대체로 교육학자들이 집필한 것이었다. 이후로도 「한국사회학」의 최근호에 이르기까지 전체 게재논문 가운데 교육에 관한 논문은 여전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교육사회학 연구가 교육학자들 손에 주로 맡겨져 온 셈이다. 초창기에'교육사회학'의 성격은 실천지향적이었다. 즉, 교육자가 학교에서 교사로 활동하거나 행정가로 학교를 운영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데 유용하리라고 여겨지는 사회학적 지식을 모아 놓은 것들이었다. 교육자들이 교육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사회학적 지식을 체계화한 것이다. 사회학 지식의 교육적 응용인 셈이다. '교육사회학' 강좌를 최초로 서울대학교에 개설한 진원중 교수의 저서 「교육사회학 원론」(범문사, 1962)의 장별 제목을 일별하면 당시의 경향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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