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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회학(2). 교육사회학의 발달_한국 교육사회학의 전개-2-

나기log 2022. 5. 2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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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학교와 지역사회'

 대학 강좌로서의 '교육사회학'은 1970년대에 큰 변화를 겪는다. 당시 박정희 정부가 추진하고 있던 '새마을운동'에 보조를 맞추기 위하여 1972년에 문교부령을 개정하여 교윈양성을 위한 교직과정에서 '교육사회학'을 빼고 필수과목으로 '학교와 지역사회'라는 강좌를 신설한 것이다. 그 이유는 새마을운동을 추진함에 있어서 학교가 지역사회개발 정책에 공헌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교사가 이에 관한 지식과 열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교직과정을 설치하고 있는 모든 대학이 '학교와 지역사회'를 강의하기 시작한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기존의 '교육사회학'을 대체한 셈이었기 때문에 전국의 대학에 개설되었던 '교육사회학' 강좌는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다. 출판계에도 영향을 미쳐 「교육사회학」제목의 책은 갑자기 서점에서 사라지고, 「학교와 지역사회」제목의 책이 우후죽순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대학 강좌를 중심으로 볼 때, 교육사회학의 내용이 '지역사회개발에 이바지하는 학교의 역할강화를 위한 원리와 지식' 위주로 바뀐 것이다. 학교교육이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련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1970년대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이미 1952년, 한국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된 한국에 파견되었던 국제연합 한국부흥위원단(UNKRA)과 유네스코(UNESCO)사절단이 한국교육의 재건을 위하여 '지역사회학교(community school)'의 건설을 건의한 바가 있다. '지역사회학교'는 지역사회 문제와 요구를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지역사회를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며, 교사와 학생들이 지역사회에 직접 참여하며 봉사활동을 벌이는 한편, 지역사회가 학교의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교를 말한다. 그렇다고 새로운 학교를 설립하는 것은 아니고 기존의 학교들을 그렇게 운영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사회학교운동은 급속히 파급되어 1950년대 말에는 전국의 많은 학교가 참여하였고, 경기도의 경우 교육위원회가 공식적 장학방침으로 수용함으로써 도내의 모든 학교가 지역사회학교로 운영되었다. 그리고 1960년 4·19혁명을 계기로 집권한 민주당 정부는 지역사회개발을 주요 정책의 하나로 채택하여, 지역사회학교운동을 정부 차원의 교육정책의 하나로 강화한다. 이어 등장한 공화당 정부도 지역사회학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강력히 추진한다. 공화동 정부가 지역사회학교의 명칭을 '향토학교'로 바꾸었으나 내용은 지역사회학교와 동일한 것이었다. 1970년대에 정부는 지역사회개발을 새마을운동으로 새롭게 체계화하여 농촌뿐만 아니라 도시 및 기업에서까지 이 운동을 강력하게 전개한다. 이는 근면·자조·협동을 내세운 잘살기 운동이자 의식개혁 운동이었다. 대통령이 직접 진두지휘할 정도로 우선순위가 매우 높은 국가시책이었다. 교사양성을 위한 교직과정에 '학교와 지역사회'강좌를 새로 만들어 필수 과목으로 지정한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었다. 이는 학교교육을 지역사회와 밀착시켜 운영함으로써,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새마을운동을 지원하려는 데 목적이 있었다. 따라서 강좌의 내용은 지역사회에 관한 기초적 지식, 지역사회개발의 이론과 방법, 지역사회학교의 운영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 강좌의 교재로 여러 종류의 책이 출판되었는데, 다음 책의 목차를 보면 강좌가 어떤 내용으로 구성 되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규환, 학교와 지역사회, 1979>

 제1장 학교의 사회성

 제2장 교육의 장으로서의 지역사회

 제3장 농촌의 학교와 도시의 학교

 제4장 지역사회학교

 제5장 지역사회개발과 교육

 

<박용헌,이상주,김영찬, 학교와 지역사회, 1979>

 제1장 인간과 사회·문화적 환경

 제2장 교육의 사회적 성격

 제3장 교육의 사회학적 접근

 제4장 지역사회의 성격

 제5장 농촌사회의 특성과 교육

 제6장 도시사회의 특성과 교육

 제7장 지역사회의 변동과 개발과정

 제8장 학교와 지역사회의 관계

 제9장 지역사회개발을 위한 학교교육

 

 이들 두 권의 책 내용과 앞의 「교육사회학」 책 내용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뚜렷한 것을 알 수 있다. 「학교와 지역사회」는 지역사회개발사업인 새마을운동을 추진하는 데 학교를 활용하기 위한 지역사회 및 지역사회 개발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담고 있다. 이 책들은 뚜렷하게 실천지향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3) '교육사회학'의 부활

 '학교와 지역사회' 강좌는 1985년에 교직과정이 개편되면서 폐지되었다. 그 자리에 '교육사회학'이 다시 들어섰다. 다시 등장한 '교육사회학'의 내용은 1960년대와는 다른 것으로 바뀌었다. 실천지향 성격이 약화되고 사회학지향 성격이 강해졌다. 학교교육에 관한 사회학적 연구가 강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변화가 일어난 데에는 그동안 구미의 교육사회학에 일어난 성격변화를 국내 학자들이 수용한 이유도 있지만, 1980년대의 국내 민주화운동이 사회과학 전반에 끼친 영향의 결과이기도 하다. 1980년대의 국내 민주화운동이 사회과학 전반에 끼친 영향의 결과이기도 하다. 1980년대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반정부운동, 사회개혁운동, 체제비판운동 등이 사회과학과의 긴밀한 관련 속에서 전개되었다.

 대학생과 학생운동가 출신이 주축인 젊은 지식인들이 주도적 역할을 한 1980년대의 사회운동에 있어서 사회과학 이론이 광범위하게 활용되었고, 동시에 사회과학도 실천적 운동에 의하여 크게 영향을 받았다. 1980년대 전반에 걸친 사회구성제 논쟁은 그 좋은 예이다. 학생운동 및 사회운동 단체들이 운동의 방향과 노선을 결정하기 위한 이론 정립과정에서 한국 사회의 역사와 현실의 성격을 놓고 벌인 논쟁이 그것이다. 이 논쟁은 운동권에 의하여 시작되었지만 마르크스주의적 성향을 띤 젊은 사회과학도들의 한국 사회 연구 경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회구성제 논쟁은 교육사회학에도 반영되어 한국 교육의 성격을 규명하는데에 연구모형으로도 활용되었다(예컨대 고형일, 1988). 이에 따라 교육사회학 연구의 이념적 스펙트럼도 확장되었다. 과거에는 체제지향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으나, 1980년대에 들어와서는 마르크스(Karl Marx) 및 베버(Max Weber)의 갈등론적 관점이 소개되어 자본주의 체제의 학교교육에 대한 비판적인 연구를 자극하였다. 젊은 교육사회학자들은 선배들에 비하여 한결 진보적인 관점을 가지고 한국교육의 현실에 대하여 신랄한 비판을 가하였다. 마르크스주의 관점도 상당한 정도로 수용되어 한국의 자본주의 체제하의 학교교육의 모순을 파헤치는 연구물들이 출판되고(예컨대, 이건만, 1994; 이규환, 1987), 제3세계의 신식민주의 또는 종속이론적 시각에서 한국교육의 과거와 현재를 설명하는 논문들도 활발하게 발표되었다(예컨대, 제3세계문화연구소, 1988). 새롭고 다양한 이념적 관점을 가진 다수의 연구자들이 한국 교육의 다양한 측면에 대하여 사회과학적인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여 연구성과가 쌓이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이다. (예컨대, 김기석, 1987; 김신일 외, 1989; 한국교육문제연구회, 1989; 한국교육사회학연구회,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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