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전공서적/교육사회학

교육사회학(32). 교육제도의 형성과 확대_학교 본위 교육제도의 동요-1-

나기log 2022. 6. 2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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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학교제도 내부의 혁신

 오늘날 교육제도는 여전히 학교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로부터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많은 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학교로는 정보화시대 이후 새롭게 등장하는 사회의 교육적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교육의 실태와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1968년 쿰스(Philip Coombs)의 보고서 '세계교육의 위기(The World Educational Crisis)'와 역시 세계교육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파헤친 1972년 포르(Edgar Faure)의 보고서 '존재하기 위한 학습(Learning To Be)'은 교육기관으로서의 학교가 막다른 골목에 도달하였으므로 학교 일변도의 교육제도를 벗어나는 길만이 교육을 되살리는 방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리히(Ivan Illich)와 라이머(Everett Reimer)도 학교에 참된 교육기관의 기능을 기대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학교가 교육적 역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학교 본위 공교육제도의 한계를 파헤치고 새로운 교육체제의 등장이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주장하는 문헌들은 그 후로도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예컨대 강대중, 2002; 유네스코 21세기세계교육위원회, 1997; 정연순,이로미, 2009; Botkin et al., 1979; Giesecke, 1996).

 학교제도가 지니고 있는 획일성(commonality)과 몰개성성(depersonalization), 그리고 순응성(conformity)조장의 문제가 교육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시민과 학생의 차원에서까지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의 변화는 불가피하다(Coombs, 1968). 학교 본위 공교육 제도의 변화는 여러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교교육의 테두리 내에서 부분적 개방과 개혁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있는가 하면, 기존 학교교육의 틀에서 벗어나서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교육하려는 운동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학교의 부분적 개방과 개혁의 대표적인 예로 학교의 인사, 재정, 교육과정 등을 비롯한 제반 학교 운영에 학부모를 비롯한 지역사회 주민 대표가 직접 참여하는 제도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학교운영위원회'도 그런 사례이다. 기존 학교제도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제도적 경직성을 탈피하려는 또 다른 예로 방송대학과 원격대학을 들 수 있다. 정규대학이면서도 학생선발과 수업운영 방식을 기존 대학과 전혀 다르게 하여 폐쇄적인 학교제도의 개방과 개혁을 시도한 사례이다.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원격교육에 기반한 사이버 학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캠퍼스를 운영하며 학생들이 매 학기 다른 지역에 체류하며 원격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고등교육기관인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과 같은 혁신적인 모델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기존의 교육내용을 단지 새로운 매체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학교제도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개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초중등학교에서 2000년대 이후 전개된 소규모 학교 살리기 운동, 교장 공모제 확대, 혁신학교 지정 등도 기존 학교의 틀 내부에서 교사 주도로 전개되는 개혁 사례로 볼 수 있다(정진화, 2014).

 

   2) 학교 본위 제도의 개혁운동

 기존 학교제도의 틀에서 벗어나서 각자의 특성과 필요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교육하려는 대표적인 움직임이 대안교육운동이다. 대안교육운동은 20세기 초, 경제개발 중심의 근대적 가치관에 내포된 경쟁적, 파괴적 가치관의 극복과 인간성 회복을 기치로 등장하였다. 초기 대안교육운동은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가 제창한 인지학(Anthroposophia)과 닐 (Alexander S. Neill)의 인본주의 심리학의 영향을 받았다. 이들은 기존 학교의 지식 중심 교육과정을 비판하고 체험 위주의 노작교육과 공동체 중심의 인간화교육을 강조하였다. 영국, 독일, 스위스 등지로 확산되던 대안교육운동은 우리나라에서도 전개되고 있다(강대중, 2002; 이은주, 2017; 이종태, 2001; 정유성, 1997).

 대안교육운동의 산물로 나타난 대안학교들은 독특한 교육이념 및 운영방식을 가지고 기존의 학교 형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시도하는 학교들이다. 이종태(2001: 119-122)는 대안학교가 추구하는 이념에 따라 대안학교를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첫째는 '자유학교형'으로 학교교육의 지나친 통제와 억압, 그리고 교사주도교육을 비판하고 아이들의 무한한 잠재가능성에 대한 신념을 기초로 한다. 영국의 '섬머 힐(Summer Hill)'이나 독일의 '자유대안학교', 일본의 '기노쿠니 아이들의 마을', 우리나라의 '자유학교 물꼬' 등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는 '생태학교형'으로 1982년 영국의 하트랜드지방에 설립된 '작은 학교'가 전형으로, 생태교육과 노작교육, 지역사회와 학교의 결합을 중시한다. 이 학교는 지역사회 안에서 소규모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식교육뿐만 아니라 의식주에 관련된 기본적인 활동들을 교육내용으로 삼고 지역사회의 여러 생산자들을 교사로 참여시킨다. 우리나라에서는 '간디청소년학교'가 이와 유사하다. 셋째는 '재적응학교형'으로 학교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을 주 대상으로 하는 학교이다. 일본의 '생활학교'와 우리나라의 '성지고등학교'가 여기에 속한다. 넷째는 '고유이념 추구형'으로 매우 독특한 교육이념과 교육방식을 추구한다. 슈타이너의 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독일의 '발도르프학교'나,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일체된 교육을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를 이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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