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사회학(22). 경쟁하는 이론들_교육에 대한 해석적 접근-1-

   1) 해석적 이론

 좁게는 사회학이, 넓게는 사회과학이 지나치게 거시적이고 구조주의적인 관념에만 의존하여 사회를 파악한다는 것은 오래된 비판이다. 앞서 살핀대로 사회학 연구, 나아가 사회과학 연구는 처음에는 기능이론 일변도의 지배 아래에 있다가 마르크스주의 중심의 갈등이론이 전자를 비판하면서 등장한 이후에는 두 이론의 경쟁 속에서 발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이론은 첫째, 공통적으로 거시적 관점으로 사회를 인식하여 '사회' 또는 '경제구조'라는 거대한 실체가 그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을 지배한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개인은 사회를 이해하는 데는 중요하지 않으며, '사회화'의 산물일 뿐이다. 인간은 궁극적으로는 의지도 자유도 없는,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존재이며 구조에 따라 '움직여지는' 인형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두 이론의 두 번째 공통점은 사회를 거시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인간의 생활세계, 각 사회집단의 내부세계에 관하여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회의 구조에만 관심이 컸지, 사회 속의 '사람들'에 관하여는 무관심하였다. 더욱이 그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그들이 하는 행위의 의도가 무엇이며, 그들의 기쁨과 슬픔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이 상호 간의 관계를 어떻게 맺으며 살아가는지에 관하여는 소홀히 하였다. 셋째, 두 이론은 공통적으로 자연과학적인 방법론으로 사회를 연구하였다. 사회현상도 자연현상과 마찬가지로 의식도 의지도 없는 사물이 자연법칙에 따라 움직인다고 보았기 때문에 그러한 법칙을 발견하는 것을 연구의 최대의 목표로 삼았다.

 사회과학은 18세기 이후로 시민사회의 발달에 따라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 인식하면서 출발하였다. 마르크스 및 베버와 함께 현대 사회학의 세 기둥을 세운 뒤르켐은 사회학은 '사회적 사실'에 대한 과학으로 규정했다. 사회적 사실은 개인과는 분리되어 있으면서 "개인에게 외적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모든 행위양식... 또는 개개인의 표현과 상관없이 그 자체만의 고유한 존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주어진 사회에서 보편적인 것"(Durkheim, 1895: 76)이다. 사회학은 처음에는 그 방법론을 자연과학에서 가져왔다. 뒤르켐은 사회학 연구가 객관성을 보장하는 '과학'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사회학적 방법의 규칙들'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받아들이는 유일한 명칭은 합리주의자이다. 사실 우리의 주목적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과학적 합리주의를 인간 행위의 영역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즉 과거에 고려된 인간행위는 인과관계로 환원될 수 있으며, 역시 합리적인 작업을 통해 인과관계를 미래의 행위규칙으로 변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실증주의라고 부르는 것은 이러한 합리주의의 결과에 불과하다.(Durkheim, 1895: 30)

 

 뒤르켐의 사회학 전통은 실증주의 방법론으로 발전하여 1960년대까지 사회과학의 주류를 이끌었다. 마르크스 역시, 앞서 지적한 것처럼, 엄격한 '과학주의'를 강조하였다. '과학적' 토론만이 학문발전에 이바지한다고 믿었다. 그가 강조하는 과학이란 물론 자연과학과 같은 의미를 가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주의적, 실증주의적 방법론에 반론이 제기된다. 인간이 구성하고 있는 사회는 자연세계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자연세계는 인간에게 주어진 것이고 인간의 의지에 따라 작동의 원리가 변화하지 못하지만, 사회는 인간이 구성하는 것이므로, 사회와 개인 간에는 상호작용과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에서의 인간행위는 자연현상처럼 객관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행위자의 입장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베버는 '사회과학 방법론'에서 "사회학은 사회적 행위를 해석적으로 이해함으로써 그 과정과 결과를 인과적으로 설명하는 과학"이라고 정의하고, 부연하여 "행위란 행위하는 개인이 의미를 부여하는 모든 인간행동을 포함한다"고 말함으로써, 사회적 행위의 주관적 성격과 그에 대한 "이해(Verstehen)"의 중요성을 분명히 하였다(Weber, 1947:88).